오늘은 최고의 더블베이스 연습 방법인 '카피'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기본기를 배우고 어느 정도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 모든 선생님들은 '카피'라는 것을 시킵니다. 그렇다면 '카피'란 무엇일까요?
바로 '따라 치기'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효율적인 학습방법이죠.
우리가 처음 말을 배울 때에도 아마 이 방법을 쓰지 않았나 싶네요.
그렇다면 카피는 왜 하는 것일까요?
어떠한 연습 방법보다도 장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장점 몇 가지만 말씀드려 보자면
첫째 대가에게 레슨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세계 최고의 대가에게 레슨을 받는다면 어떻게 가르칠까요? 자신의 연주를 한번 따라 해 보라고 하지 않을까요? 물론 좀 더 설명을 겸할 수는 있겠지만 따라 해보라고 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미 대가들의 음반은 널려 있으니 우린 그대로 배우기만 하면 되겠죠? 여기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장점이 있는데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에게도 배울 수 있다는 점과 다른 악기의 대가들이 반주까지 해준다는 점입니다. 참 멋지지 않나요?
둘째 귀가 좋아집니다.
한번 듣고 카피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계속 반속 해서 듣게 됩니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들리지 않던 새로운 것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귀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언어 공부를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귀가 좋아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음정이나 박자 등을 좀 더 예리하게 듣게 되어 자신의 연주에 음정이나 박자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잘 들리지 않던 다른 악기까지 듣게 되어 악기 간의 상관관계를 알게 됩니다. 알게 되니 합주할 때 다른 악기를 배려하며 연주하게 되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알면서도 배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셋째. 악보로는 배울 수 없는 느낌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악보를 보다 보면 수많은 악상 기호들과 음표를 통해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디테일한 악보도 한번 들려주는 것보다 좋지는 않습니다. 파도 소리를 글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악보로 표현하기는 더욱더 쉽지 않은 일이죠. 악보에 나타나지 않은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재즈를 연주해도 재즈 같지 않을 때, 록을 연주해도 록 같지 않을 때 대부분의 원인은 그 느낌을 제대로 표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면 그 '느낌' 이란 무엇일까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런 장르에서 많이 쓰는 프레이즈, 하모니, 아티큘레이션, 톤 등 특징적인 모든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방대한 내용이니 악보로 표현하지 못할만하지 않나요?
수많은 좋은 점이 있지만 위 세 가지 이유만으로 이미 카피를 해야 할 이유는 충분해졌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카피를 시작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카피를 시작하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너무 똑같아서 음반의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정확히 해야 합니다.
카피의 장점은 악보로 표현되지 못하는 느낌을 익히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느낌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연주자의 실수라고 느껴지는 부분까지 똑같이 따라 해야 느낌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똑같이 따라 치세요.
둘째 외워야 합니다.
카피를 하자마자 악보로 적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카피라는 것은 완전히 몸으로 익혀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악보에 적는 순간 몸으로 익혀지는 효과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카피하는 부분의 연주를 다 외울 때까지 연습하세요.
셋째 베이스 라인만 카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악기까지 알아야 합니다.
음악은 대부분 다른 악기와의 앙상블로 만들어집니다. 물론 독주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거의 모든 경우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악기와 내 악기의 관계에 있어 내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아 피아노가 이 코드에 이런 컴핑을 할 때 드럼이 이런 리듬을 칠 때 베이스가 이런 라인을 이렇게 연주하니까 이런 느낌이 나는구나!' 이런 식으로 깨달아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피아노, 드럼 연주자가 아니라 디테일 한 것까지는 알 수 없겠지만 명확하게 들리는 큰 틀은 꼭 이해를 해야 합니다.
넷째 베이스 라인을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주 라인에는 화성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또는 규칙성이 있습니다. 그런 핵심적인 콘셉트를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메이저 스케일로 연주했구나.' '팬타 토닉 스케일에 어프로치 노트를 섞어서 연주했구나' 그런 식으로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핵심 노하우를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화성학적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카피한 라인을 말로 설명해 보세요.
다섯째 말로 설명한 콘셉트를 따로따로 연습해야 합니다.
핵심 콘셉트를 알아냈으면 그 콘셉트를 가지고 따로따로 연습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카피한 것과 같은 리듬을 유지한 채 노트만 바꿔서 연주한다던지, 핵심 스케일은 유지하고 다른 것을 변형시켜 보면서 연습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핵심 콘셉트를 따로 연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섞여 버려 정리가 되지 않고, 정리가 되지 않으면 응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꼭 핵심 콘셉트를 따로따로 연습하세요.
여섯째 12key , All Tempo로 연습해야 합니다.
따로 연습한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면 이제 12key로 연습하고 아주 느림 템포부터 아주 빠른 템포까지 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 키에서만 연습하고 다른 키에서 연습을 하지 않으면 카피한 라인은 그 키 한 군데 밖에 쓰지 못할 것입니다. 템포도 마찬가지죠. 느린 발라드에서만 연습했다면 빠른 업 템포에서는 연주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다른 키나 다른 템포의 곡을 또 카피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아주 비효율적이죠.
인간의 뇌는 기억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하나를 가지고 여러 곳에 쓸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하나를 카피하면 다양한 곳에 쓸 수 있도록 12Key, All Tempo로 연습하세요.
일곱 번째 다른 곡에 적용하라.
이제 핵심 콘셉트를 알아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다른 곡에 적용하면서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곡에서도 카피한 라인이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세요. 코드 진행이나 리듬이 다르다고요? 이미 우리는 핵심 콘셉트와 느낌, 모든 키, 모든 템포에서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적용하는 것은 쉬울 것입니다.
여덟 번째 자신만의 카피 북을 만들어라.
이제 지금까지 한 것을 노트에 적어야 합니다. 적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혹시 잊어버렸을 때 그 노트를 보면 생각이 날 수 있도록 적으세요. 제대로 연습했다면 몇 줄만 적으면 될 것입니다. 나중에 자신의 카피 북 한 권이 완성 됐을 때 이미 당신은 프로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최고의 더블베이스 연습 방법 '카피'의 장점과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방법대로만 꾸준히 오래 하다 보면 어느덧 당신은
프로 뮤지션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